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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법률사무소

법률 칼럼

버킨백으로 알아보는 특허와 상표 차이

에르메스는 1800년대에 탄생한 역사 깊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티에리 에르메스가 승마용품을 만들며 시작한 작은 공방은 세대를 거쳐 확장을 거듭하며 현재는 수많은 아이코닉한 제품을 갖게 되었다. 

시계, 팔찌, 스카프 등 여러 제품 중에서 핸드백 버킨과 캘리는 단연 에르메스의 꽃이다. 소재에 따라 자동차 가격에 육박하는 가방은 희소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두 가방 모두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있지는 않지만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멀리서 봐도 무슨 가방인지 단박에 알아맞춘다. 색과 소재가 달라도 항상 유지하는 가방의 고유한 디자인 때문이다. 

버킨백은 배우 제인 버킨을 위해 만들어졌다하여 그녀의 이름이 붙었다. 제인 버킨이 비행기를 타며 자신의 여행 가방을 올리다 물건이 떨어졌고, 여행 다닐 때 들고 다닐 좋은 가죽 가방이 없다며 옆자리 승객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 승객은 1980년대 에르메스를 이끌던 장 루이 두마였으며 이를 계기로 그가 제인 버킨을 위한 가죽 가방을 디자인하며 버킨백이 탄생하게 됐다. 버킨백은 가방의 한 면을 덮는 플랩을 두 개의 가죽 줄이 가로지르며 그 가운데는 열쇠고리 모양의 잠금장치가 있다. 

소재에 따라 자동차 한 대 가격에 육박하는 고가의 물건임에도 전 세계에 두 가방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버킨백은 항상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며 당연히 모방제품도 굉장히 많다. 인터넷에는 로고 음각 방식, 자물쇠의 두께, 가죽 마감 방식 등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각종 자료가 나타나 있다. 하지만 가방을 덮는 플랩, 가죽 스트랩 등 디자인의 핵심 요소는 동일하다. 

버킨백 디자인은 여러 드라마, 영화,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며 누구든 보자마자 에르메스를 떠올리는 이차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에르메스가 후발 업체들로부터 이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함은 물론이다. 2009년, 에르메스는 버킨백의 외관 디자인을 미국 상표청에 등록하려 했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을 위한 디자인은 특허의 영역이지만 제품의 원천을 나타내는 디자인은 상표로 보호한다. 따라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고유의 색이나 제품 디자인이 있다면 이는 디자인 특허가 아닌 상표법의 보호를 받는다. 디자인을 등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능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해당 디자인이 단순한 미적 가치를 벗어나 2차적 의미가 있음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전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에르메스에게도 디자인 등록은 간단하지 않았다. 

에르메스는 버킨백의 손잡이와 몸통 전체에 대한 상표 등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곧 상표청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평평한 옆면이 있는 네모난 핸드백 디자인과 잠금장치는 핸드백 디자인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이차적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차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포스팅한 각종 패션 블로그와 버킨백에 대해 토론하는 수백 개의 댓글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버킨백 외관은 대략 이년 간 총 세 번의 거절사유를 극복한 후 간신히 등록되었다. 자물쇠와 가죽 스트랩 부분만도 역시 방대한 증거 제출을 통해 별도의 디자인 등록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에르메스만큼 유명하지 않은 기업은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등록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차적 의미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일반적 상표 보다는 효력이 다소 제한된 ‘supplemental registration’으로 등록한다. 이 경우 상표권 침해자에게 소송을 걸 때 상대가 나의 권리와 제품, 서비스를 알고 있었음을 상표 소유권자가 증명해야한다. 

일반적인 상표권 소유 시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인 것에 비하면 증명할 부분이 많아지는 것이다. 다만 비슷한 후발 상표를 제지하고 등록된 상표임을 나타내는 마크를 사용하는 권리는 동일하다. 디자인을 상표로 등록하는 것도 이름이나 로고를 등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 국가에 한정된다. 따라서 미국에 등록한 권리를 근거로 한국에 있는 유사상표에 대항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2017년 에르메스가 한국에서 제기한 소송이 이를 보여준다. 에르메스는 버킨백과 유사한 외관에 키치(kitsch)한 눈 그림을 그린 가방을 판매한 플레이노모어(PLAYNOMOR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판매 중지를 원한 것이다. 에르메스는 한국에 버킨 디자인에 대한 상표권을 갖고 있지 않아 상표권에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에르메스는 2심에서 패소했다. 소송이 미국에서 이루어졌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 받고자 하는 경우는 해당 디자인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지, 기능을 위한 것인지 검토 후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국일보 칼럼 링크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181227/1222510

Hayoon Kane